SPA브랜드, 유니클로와 자라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로 일반적인 학술용어라기보다 패션유통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입니다. SPA는 자사의 라벨(브랜드)에 의해 상품이 기획 및 개발에서부터 생산과 판매 활동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로 통합시켜 주는 프로세스 혁신전략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조업체 혹은 유통업체가 다수의 협력업체들과 가졌던 다소 느슨한 형태의 협력관계에서 오는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한 기업이 강력한 형태의 수직적 통합을 이루어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패션 브랜드를 일컫는 것입니다. 이처럼 패션 의류업체들이 속도와 효율성을 추구하게 된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유행 추세를 반영하는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여 사용한 후, 유행이 지나면 버리고 새로운 유행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SPA브랜드의 대표적인 두 브랜드 유니클로와 자라가 있는데요. 같은 SPA브랜드이지만 두 기업의 경영방침은 상반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같은 SPA브랜드이지만 다른 두 기업의 차이점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유니클로의 주요 전략

1)파트너형 수직 계열화: 유통업체로 시작한 유니클로는 1990년 중국에 생산기지를 만들면서 기획에서 생산까지 직접 담당하는 수직 계열화 체제, 즉 SPA 체제를 구축하게 됩니다. 유니클로의 수직적 통합은 make형, 즉 자체공장 체제가 아니라 파트너형, 즉 전략적 제휴 체제로 볼 수 있습니다. 생산의 90%를 담당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약 70개사의 파트너와 거래를 하고 있는데, 이들을 장기간 함께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기술지원과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100만 단위로 대량 생산되는 상품에 대해서도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2)소품종 대량생산: 유니클로의 특징적인 전략 중 하나는 기본형 위주의 소품종을 대량생산하는 것입니다. 소품종 대량생산 전략은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전략과 함께 저가격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는데요. 규모의 경제와 저렴한 인건비가 생산원가 절감의 중심축인 셈입니다.

3)1승9패 전략: '1승9패'는 야나이 회장이 2003년 출간한 책 이름이자 본인의 경영철학이기도 합니다. 아홉 번 실패해도 한 번 크게 성공하면 모두 회복하고 남는다는 말인데요. 야니이 회장에게는 연전연승이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합니다. 다만 실패를 실패로 거듭하는 것이 아닌 다음 성공의 열쇠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양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속에서 유니클로를 탄생시킨 배경이나 업태, 상품, 매장 등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보면 유니클로 속에 야나이 회장의 도전의식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소개개발: 싸고 좋은 옷의 빠른 공급에 필수적인 품질 좋은 소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소재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R&D, 상품기획팀, 소재기획팀, 생산공장이 연계되어 소재를 개발,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소재 개발은 제조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도레이 주식회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제휴를 통해 개발된 발열 보온 소재 '히트텍'은 기능성이 뛰어난 히트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5)제품믹스 및 마케팅 전략: 소품종 대량생산의 원칙은 한국에서도 적용됩니다. 한국 시장에 공급되는 제품은 글로벌 제품믹스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패션성과 트렌드보다는 기본 스타일이 강조됩니다. 기본적인 디자인과 캐주얼 브랜드로 시즌마다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을 팔 수 있어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유행 예측에 대한 위험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은데요. 그러나 대량생산에 따른 재고부담 가능성이 생기는데, 이를 철저한 재고관리와 영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할인이나 기획행사를 자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라의 주요 전략

1)수직적 통합: 디자인-생산과정-유통의 수직계열화, 그 중에서도 디자인과 생산과정의 수직적 통합은 인디텍스 사업모델이 작동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 중의 하나입니다. 생산과정의 수직계열화와 조직의 유연성은 빠르게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줄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인디텍스 생산 과정 중 절반 정도는 스페인, 포르투칼, 모로코, 그 외 인접 다른 유럽국가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자라는 모든 제품의 60% 정도를 인하우스방식으로 조달함으로써 최신의 트렌드를 15일 정도에 상품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을 참조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2회 신상품을 전 세계에 투입할 수 있는 초고속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고객정보 수집을 위한 IT시스템과 매장 중심의 전략: 자라의 핵심인 '속도전'의 또 하나의 기반이 되는 것은 IT시스템입니다. 전 세계 매장마다 마련되어 있는 POS(Point Of Sales)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본사에 전달되어 제품 디자인, 제작, 매장별 맞춤 공급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자라의 매장은 소비자의 반응과 욕구를 파악하는 현장으로 활용됩니다. 전세계 패션 도시에 주둔한 패션통신원을 통해 지역별 패션의 흐름을 수집하고 이를 디자인과 머천다이징에 반영한다고 합니다. 매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반응하는 수단인 것입니다. 

3)다품종 소량생산: 유니클로와는 정반대로 자라는 최고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제품을 소량으로만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제품의 재고가 소진되면 그에 상응하는 또 다른 신제품이 출시되어 고객들이 아쉬움을 접고 새로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됨으로써 희소성의 가치가 창출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량생산은 희소성의 가치 창출과 더불어 디자인이 실패했을 시 위기관리의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4)제품믹스 및 마케팅 전략: 다품종 소량생산의 자라는 그 만큼 제공되는 제품믹스의 구색이 다양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자라의 가격은 본 고장인 유럽에 비해 국내에서 높은 편입니다. 운송비를 감안하더라도 비싼 편입니다. 가격이 저렴하면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한 이미지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적용되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한국에 SPA브랜드 도입이 확대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가격경쟁력을 추구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자라입니다. 


유니클로와 자라 비교

지금까지 유니클로와 자라의 주요전략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정반대되는 전략도 보이면서 차별화된 경쟁력 강화 전략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전략들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유니클로의 소품종 대량생산과 자라의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에 대해서 비교해보겠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 VS. 소풍종 대량생산 :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자라는 가격보다는 패션성과 희소성, 그리고 빈번한 신제품 출시를 강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는 유니클로는 폭넓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기본형 위주, 그리고 상대적인 저가격이 강점이며 자체 생산시설이 아닌 파트너 공장을 통해 제품을 조달한다는 점도 유니클로의 원가절감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SPA브랜드이지만 각 기업의 정체성을 다르게 해주는 핵심 전략들이라고 보여지네요. 어떠한 전략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권과 현지문화 등을 고려하여 각 지역에 따라 상이하게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같은 SPA브랜드이지만 상이한 전략들이 재미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상 포스팅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패션 부문에서 먼저 나타난 SPA식 소비형태가 최근에는 가구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최근 몇년간 가구 구매 고객의 연간 구매횟수를 분석한 결과 소형 가구의 경우 2010년 1인당 2.7회였던 것이 올해는 5.8회로 늘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리고 전체 가구 매출에서 소형가구의 비중도 2010년 25.9%에서 올해는 41.1%까지 늘었다고 하였습니다.

<이마트 가구 매출 신장율>

이와 더불어, 이마트의 올해 가구 전체 매출은 5.2%가 증가하였는데, 그 중 소형가구와 수납가구는 38.6%, 20.6%가 증가했지만 브랜드 가구는 9.9%가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데요. 이는 수치상으로 봐도 소형가구의 매출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 이유로 1~2인 가구의 증가로 원룸 또는 작은 평수의 주택에 필요한 소형가구 수요가 늘어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세나 월세를 사는 서민들이 이사할 때 짐이 되는 대형가구 대신 조립식 가구 등의 소형가구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소비 추세를 만드는 한 요인으로 분석이 되고 있습니다. 가구 수와 주택 거주에 대한 환경변화가 소비자들의 소비형태를 변화시켰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소비형태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이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 이케아의 내년 국내 진출은 국내 브랜드 가구에 상당한 위협을 가하는 요소가 되고 있는데요. 국내 브랜드 가구는 환경변화에 적응해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조립형 가구 업체인 이케아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 브랜드 가구업체는 이케아가 국내 시장의 경쟁력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이케아가 국내 진출하기 전에 선점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국내 소비자만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가구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가구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네요. 이상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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